배영달 기자

기자수첩 [녹색환경연합뉴스= 배영달기자 영덕/울진]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대형산불은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주민들의 삶의 터전과 광범위한 산림을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들었다.
주택과 농경지, 생활 기반 시설이 파괴되고 안타까운 인명 피해까지 발생하면서 지역사회는 깊은 상실감에 빠졌다.
정부는 즉각 피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하고 임시주택 제공, 긴급 안정자금 지원 등 각종 복구 대책을 신속히 추진하며 주민들의 일상 회복에 나섰다.
급한 불은 껐지만, 피해 주민들이 진정으로 우려하는 문제는 ‘복구 이후의 삶’, 즉 지속 가능한 생계 대책이다.
■ 산불로 사라진 산송이 소득… 대체 산림소득 모델 절실
산불 피해 지역 일대 산림은 오랜 기간 산송이 생산을 중심으로 주민들의 중요한 소득원이 되어 왔다.
그러나 이번 산불로 산림이 전소되면서 단기간 내 회복이 어려운 산송이 재배 기반은 사실상 붕괴됐다.
이는 단순한 농업 피해를 넘어 지역 경제 전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전문가들과 주민들은 이제 산림을 다시 ‘소득의 공간’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일 품목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고부가가치 산림작물을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 두릅·음나무·층층나무·고로쇠… 고부가가치 임산물에 주목
산불 피해 산림을 활용한 대안으로는 두릅, 음나무, 층층나무, 고로쇠 수액 채취 등 비교적 빠른 시일 내 수익 창출이 가능한 임산물들이 거론된다.
여기에 약용식물, 산나물, 산양산삼 등 고부가가치 작물을 단계적으로 도입할 경우 중·장기적인 소득 기반 마련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산양산삼과 약용식물은 ‘청정 산림’ 이미지와 결합할 경우 브랜드화가 가능해, 단순 생산을 넘어 가공·유통·체험 산업으로의 확장도 기대된다.
이는 고령화된 산촌 지역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청년 귀산을 유도하는 긍정적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 행정의 역할 핵심… 지역 여건 맞춤형 연구·선정 필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행정의 역할이다. 지자체와 산림 당국은 산불 피해 지역의 토양 상태, 복원 속도, 기후 조건 등을 면밀히 분석해 지역별 맞춤형 산림소득 작물을 선정해야 한다.
단순한 보급 사업이 아니라 실증 사업과 시범 단지 조성을 통해 실패 위험을 줄이고, 주민 교육과 기술 지원을 병행하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주민들 역시 “보조금만 주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로 소득이 발생하는 구조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산림소득 사업이 정착되기까지는 최소 수년이 소요되는 만큼, 중·장기 계획 수립과 지속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다.
■ 신재생에너지 확대 속 주민 우려… ‘참여형 모델’이 해법
한편 전력 수급 불안과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피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의성을 비롯한 경북 산불 피해 지역에서도 풍력발전소 건립을 위한 바람 계측기가 다수 설치된 상태다.
그러나 풍력발전 사업을 둘러싸고 전자파, 소음, 경관 훼손 등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 역시 적지 않다.
환경부가 풍력발전소 설치 시 민가로부터 1km 이내를 피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 만큼, 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민 안전과 생활환경 보호가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한다.
■ 갈등이 아닌 상생으로… 주민참여형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전문가들은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갈등의 씨앗이 아닌 지역의 새로운 소득원이 되기 위해서는 ‘주민참여형 모델’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주민이 단순한 수용자가 아닌 사업의 주체로 참여해 수익을 공유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 출자 방식의 협동조합 설립, 발전 수익의 일정 비율을 마을기금으로 환원하는 제도, 피해 우려 지역에 대한 합리적 보상 체계 마련 등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
이러한 방식은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동시에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 복구를 넘어 재건으로… 지속가능한 산촌의 길
대형산불 이후의 과제는 단순한 복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산림소득의 다각화와 주민참여형 신재생에너지 모델을 통해 지역이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 진정한 재건이다.
지금이야말로 산촌의 미래를 다시 설계할 결정적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