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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번에도 북부가 양보하라는 건가”… 주민들, 행정통합에 냉담
  • 기사등록 2026-01-29 10:2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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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신,도청 /사진=경북도청 제공 / 출처 : 뉴스프리존(https://www.newsfreezone.co.kr)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가 본격화되자, 경북 북부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차갑다. “좋아질 거라는데, 우리는 좋아진 적이 없다”는 말이 현장에서 반복된다.


안동 신도청 인근에서 만난 한 주민은 “도청 이전 당시 균형발전 약속을 믿었지만 상권은 살아나지 않았고 청년들은 떠났다”며 “이제 와서 통합이라니, 또 북부가 참고 희생하라는 말로 들린다”고 했다.


영주의 한 자영업자는 보다 직설적이다.
“행정통합을 하면 뭐가 달라지는지 묻고 싶은데, 돌아오는 답은 늘 추상적이다. 통합청사는 어디에 둘 건지, 예산은 어떻게 나눌 건지 아무 말이 없다. 말 없는 통합은 믿을 수 없다.”


문경의 한 주민은 “이름만 경북이고 실제 중심은 늘 남쪽과 대구였다”며 “통합이 되면 북부는 행정도, 정치도, 예산도 체감상 더 멀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북부권 주민들이 특히 강조하는 대목은 ‘현 경북도청 신도청사 유지’다.
의성의 한 주민은 “신도청을 세운 이유가 무엇인가. 북부도 행정의 중심이 되라는 뜻 아니었느냐”며 “통합하면서 다시 대구로 옮길 거면, 처음부터 왜 이전했는지부터 설명해야 한다”고 반문했다.


산불 피해를 겪은 청송·영양·봉화·안동 일대에서는 불신이 더 깊다. 청송의 한 주민은 “불이 났을 때 행정이 얼마나 멀게 느껴졌는지 다들 안다”며 “이런 상황에서 통합하면 현장은 더 소외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양의 한 농민은 “위기 때 북부는 늘 뒷순위였다. 통합은 효율을 말하지만, 우리에겐 포기하라는 말로 들린다”고 했다.


울진의 한 주민은 “동해안·북부는 늘 ‘거리’ 때문에 불리했다”며 “조직이 커질수록 그 거리는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 북부지역 시·군의회가 행정통합에 반대 또는 조건부 반대 입장을 밝힌 배경이기도 하다. 의회는 주민 여론을 근거로
△ 통합 광역정부 본청을 현 경북도청 신도청사로 명문화할 것
북부권 균형발전 계획을 법·제도에 반영할 것
주민 동의 절차를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이 가장 크게 문제 삼는 것은 ‘절차’다. 안동의 한 주민은 “이미 통합은 정해 놓고 설명회만 하는 것 같다”며 “동의가 아니라 통보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주민은 “찬반을 떠나 주민투표 한 번 제대로 해보자는 말조차 왜 없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행정통합은 숫자와 효율의 문제가 아니다. 북부권 주민들에게 통합은 또 한 번의 선택을 강요받는 경험이다.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통합은, 어떤 이름을 붙여도 공허하다.


현장에서 들리는 요구는 단순하다.
“통합을 하려면, 최소한 우리를 중심에서 지우지 않겠다는 약속부터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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